장애인, 선입견, 그리고 다양성
26/03/2024

 

놀이터의 추억

 

 

  필자가 어릴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는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교과과정을 잘 따라가지 못하여 수업은 주로 특수학급에서 들었고, 몇몇 비주요 과목 시간과 점심시간을 반에서 보냈다. 그러나 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하고,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으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그나마 본인이 흥미를 갖는 주제가 있으면 대화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차림새나 용모가 깔끔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그 친구를 피했다.

  누군가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로 기억한다. 끝난 후에 놀이터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무리되었는데, 다음 일정까지 약간 여유가 있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티에 참석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놀이터에는 필자와 그 친구만 남아있었다. 평소에 가깝지는 않았지만, 적대관계도 아니었기에 먼저 다가가서 간단한 놀이를 제안했다. 우선 특이하게 생긴 돌을 하나 지정하고, 한 명이 놀이터 어딘가 숨기면 다른 한 명이 그걸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규칙을 만들었는데 숨기는 돌이 다른 돌과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에 모랫바닥 같은 곳에는 숨기면 안 됐다.

 

  이 일화가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그 친구의 표정이었고, 두 번째는 그 친구의 능력이었다.

  그 친구의 주변 환경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는데, 주변에 마땅히 놀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나아가서 이렇게 놀이의 새 규칙을 만들고 합의점을 도출해서 그걸 즐기는 일련의 행위를 경험해본 적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즐기는 재미를 느끼게 된 그 순간, 그 친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의 표정을 봤다면 누구나 이렇게 확신할 수 있다. 이전에도 본 적이 없고 그 이후에도 한 번도 볼 수 없던 함박웃음을 그날 그곳에서 볼 수 있었고, 이는 뿌듯한 감정과 함께 결코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반면 놀이 과정은 정말 놀라웠다. 놀이의 중심이 되었던 돌멩이는 아무리 특이하다고 해도 결국 놀이터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중 하나일 뿐이었고, 시작 전에 잠깐 확인한 것이 다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숨긴 돌을 매번 놀라운 속도로 찾아내는 것이었다. 숨길만한 곳을 빠르게 찾아내는 것인지, 그 돌의 특징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또 규칙을 완벽하게 숙지하여, 이해했는지 여러 번 되물었던 필자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선입견과 다양성

 

 

  이는 비교적 단순하고 보편적인 경험이지만 ‘장애인과 다양성’의 관점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필자 역시 학업과 성적이라는 기준에 맞춰 그 친구를 부정적으로 단정 지었던 것 같다. 시작은 비록 우연이었지만, 조금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들의 폭발적인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이는 두 가지 다양성의 방향을 시사한다. 하나는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만 다를 뿐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인을 바라볼 때 장애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개인의 다양성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이라는 이름에 그들의 능력이 가려지는 일들이 적잖이 있다. 필자가 어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들었던 인상 깊은 말이 있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일을 모두 잘해야 하는 직업은 없다.”이다. 책임진 업무를 끝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 취업에 있어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과 본질보다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더 우선시하는 주변의 시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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